자연색면 Natural Colorfield
자연색면
모든 생명체의 보편적 특성은 수명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하루살이가 있는가 하면 천년 넘게 사는 식물도 존재한다.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도 많이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100세를 넘길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2년 전에 두 살 위 누나가 세상을 떠났다. 1000도 가까운 불길 속에서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누나의 신체는 증발하듯 사라졌다. 야위어가던 살점들도 퍼머 풀린 머리카락들도 그녀를 고통스럽게 하던 암세포들도 모두 사라지고 한 줌 하얀 가루로 남겨졌다. 그렇게 한 생명체는 재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갔다.
나는 떨어진 꽃잎들을 줍기도 하고 식물의 잎들을 채취하기도 하고 야채, 과일, 조개껍질, 해조류 그리고 동물의 뼈를 수집한 다음, 수분을 없애기 위해 건조 과정을 거쳐 파쇄해 분말로 만들었다. 다양한 색의 가루들을 틀에 부어 손길 가는 대로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색을 대비시키기도 하였지만, 사전에 계획해서 한 건 아니고 직관적으로 행한 행위이므로 형태나 모양에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결국에는 자연으로 돌아갈 야채나 과일, 꽃 등을 사라지기 직전의 분말 상태로 정지시켜 살아있는 색면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인위가 가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 색의 아름다움에 취해 제작과정의 노동은 몰아의 지경 속으로 빠져드는 즐거움이었다.
하나 또는 여러 색상으로 구성된 분말들의 조합을 사진으로 촬영한 다음 전통한지에 프린트를 하였다. 전통한지는 닥나무 섬유질을 촘촘히 얽히도록 수작업으로 만들어 질기고 수명이 길며, 표백을 위해 화학물질이 아닌 볏집을 태운 재를 사용하고 화공풀이 아닌 식물의 뿌리에서 얻은 천연풀을 사용하여 종이의 산도(酸度)를 낮추었으니 자연 친화적인 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한지는 빛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바람의 소통통로를 막지 않는, 살아 숨 쉬는 종이이다. 한지는 독특한 텍스츄어를 가지고 있어 색의 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동시에 색을 적당히 스며들게 하여 발광하지 않고 은은한 색을 내게 해준다.
모든 생명체는 자연의 큰 틀 안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는데, 그 소멸의 잔재들은 다른 생명체의 양분이 되어 자연의 순환 사이클을 이룬다. 이는 생명체들은 자연과 교감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생명체들은 자연과 교감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적응시켜 나아간다. 나뭇잎들이 싹을 틔운 후 연초록에서 녹색으로 그리고 다양한 단풍으로 변화시키다 낙엽이 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꽃들도 때가 되면 피고 때가 되면 열매를 맺는다. 동물들도 기후변화에 따라 털갈이를 하고 동면에 들기도 한다. 나는 자연의 순환 사이클 속에 존재하고 있는 생명체들의 삶의 한 단면에서 채집한 색으로 추상을 만들었다. 형태가 사라지고 미세한 입자가 품고 있는 근원적인 색(COLOR)으로 만들어진 색면의 그림들 속에서 생명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Natural Colorfield
All living things eventually die. Mayflies that only survive for a few days while some plants can thrive for more than a thousand years. And while advances in medical technology have increased the lifetime of human beings, instances of anyone living over a hundred years are few and far between. It has been two years since my sister passed away. She was only two years older than me. In less than an hour the 1000-degree flames of the incinerator reduce her body to ashes. My sister with her frail body and all the cancer cells that tormented her were reduced to a handful of white powder. Ashes to ashes, dust to dust. She returned to nature.
I collected flowers, leaves, vegetables, fruits, shells, seaweed, and animal bones, and dried them completely. Then I crushed them separately and poured the different colored powders into molds to form various shapes and arranged the contrasting colors. This was just an impromptu project, so I didn’t intend for it to impart any message..
Vegetables, fruits, and flowers, all return to nature one day. I want to capture their essence in the moment, just before they disappear, and represent them with vivid color fields. Working in solitude with these breath-taking natural colors left me mesmerized.
I took photos of the powders and printed them on traditional Korean paper called hanji. This handmade paper made from the inner bark of the paper mulberry is known for its durability. Instead of chemicals, ashes from buckwheat stems are used for bleaching process. A plant derived resin is applied to give it long lasting quality, making it a truly eco-friendly paper. Hanji is a living, breathing paper since it allows air and light to pass through. Its unique grain allows you to feel the natural texture, and the organic manufacturing process produces a rich yet subtle color.
All lives are created and destroyed within the larger system of nature, their remains becoming sustenance for other lives, returning to nature in order to one day be born again. This means that all life forms must stay in contact and interact with nature. As living things interact with nature, they slowly transform themselves and adapt to it. Leaves sprout, turning from lighter to darker shades of green and then after a colorful autumn, they fall, returning to dust. Flowers bloom and bear fruit at the right time. Animals also hibernate in the winter and then shed their furs as the weather changes.
I created an abstract representation of nature with colors taken from cross-section of lives in nature’s cycle. Looking at these color fields made of microscopic particles of fundamental color, having lost their old shapes, I reconsider the meaning of life.